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우리 올리브 농장인 [산들랜드]는 사계절 내내 올리브나무 특유의 색깔로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가지치기 시즌이 되면 분주하고 생기 넘치는 곳으로 변모하는데요, 사실은 이곳에 이사 온 지 거의 2년 정도 지난 지금에서야 올리브나무의 가지를 자를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침내 올리브 가지치기에 도전한 남편은 이 농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지요.
올리브 가지치기는 단순한 농사일이 아니라, 나무의 건강과 다음 수확을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이라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 2년 동안, 산똘님(스페인 남편)은 근처 조합에도 가보고 올리브 농장 운영하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어느 정도 독학으로 올리브 수확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올리브 농장을 운영하는 방대한 지식과 경험은 전무하다고 보셔도 되지만 말이지요.
올리브 가지치기의 중요성
올리브 나무는 자연스럽게 자라게 두면 가지가 무성해지고 햇빛이 나무 안쪽까지 도달하지 못해 열매의 품질이 떨어집니다. 또한,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병해충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지죠. 그래서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의 형태를 잡아주고, 햇빛과 공기가 골고루 퍼지도록 만들어 줍니다.
언제, 어떻게 가지치기를 할까요?
우리 농장에서는 보통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 전, 2월에서 3월 사이에 가지치기를 하려고 해요. 나무가 휴면기에서 깨어나기 직전이라 상처가 회복되기 쉽고, 여름철 열매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웃 농부들 보니 대체로 2월에서 4월, 심지어 5월까지도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를 봤어요. 아마도 농장 방침에 따라 운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지치기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을 따라줘야 합니다. 제 채널을 팔로윙하시는 분들이 가끔 나무 자른다고 안타까워하시는데, 사실은 나무를 자르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답니다.
1. 손상된 가지 제거 – 병들었거나 얼어서 손상된 가지를 잘라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만듭니다.
2. 내부 가지 정리 – 햇빛과 공기가 잘 통하도록 안쪽의 빽빽한 가지를 솎아냅니다.
3. 생산성 유지 – 너무 길거나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 나무의 에너지를 열매로 집중하게 합니다.
이제 가지치기를 해도 안타까운 느낌이 안 드실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처음엔 너무나 야생으로 자라는 올리브나무가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 중앙의 본가지가 마르면서 죽어가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ㅠㅠ 게다가 열매는 콩알만큼 작아서 아무 쓸모가 없더라고요. 어차피 올리브 농장에서 살 건데, 본격적인 열매 수확도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2-3년을 내다보면서 열매 수확용 가지치기를 몇 그루만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올리브나무는 가지치기하고 나면 튼실한 새 가지를 뻗고 난 후 2-3년 후에 열매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주 전부터 산똘님은 엔진톱을 들고 밖에 나가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SNS 전문가의 매뉴얼에 따라 하나하나씩 잘라나가다 보니 용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톱으로 가지를 자른 후에는 위의 사진처럼 얉은 가지와 나뭇잎을 분쇄기를 통해서 아주 작게 분쇄해 대지에 흩뿌립니다. 우리가 나뭇가지를 모아 태우지 않고, 이렇게 분쇄하여 땅의 수분을 유지하는 자연 멀칭을 합니다.
우리의 댕댕이, 래브라도 리트리버 블랑키도 신나게 뛰어다니며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물론 지칠 땐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하루 종일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해질 무렵에는 온몸이 뻐근하지만 나무들이 한결 깔끔해진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가지치기 작업은 힘들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 그만큼 즐거운 시간도 많아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주말이면 농장 일을 돕는데, 특히 잘라놓은 나무를 옮겨 돌밤에 쌓아두는 일입니다. 바로 겨울에 쓸 장작을 줍줍 하는 일이지요!!! 아빠가 난로에 넣기 좋은 크기로 이미 잘라놓아 다른 일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이게 은근히 작업이 빨리 되지 않더라고요. 넓은 곳곳에 흩어진 장작을 주워 외수레에 옮겨 장작이 쌓인 곳으로 수십 번 이동해야만 하지요. 어쨌거나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일하면 하기 싫어하던 사춘기 청소년도 어느새 집중하게 됩니다.
가지치기가 끝난 올리브 나무들은 마치 산뜻한 이발을 마친 것처럼 가볍고 건강해 보입니다. 이제 따뜻한 햇살과 봄비를 맞으며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울 준비를 하겠지요. 가을이 되면 이 가지들에서 다시 한번 황금빛 올리브가 주렁주렁 열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물론 당장 열리지는 않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아주 즐겁네요.
스페인의 따뜻한 햇살 아래, 가족과 함께하는 농장의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봄맞이 준비는 어떤가요?
우리의 자세한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행복과 사랑이 함께하는 날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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