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안개 낀 스페인 고산, 요즘 파릇한 모습이 좋다 (feat. 들깨)

산들무지개 2021. 4. 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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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개가 일주일 내내 가시질 않는다. 

부슬부슬 내리락 말락 하는 비와, 깊게 깊숙이 넓게 퍼지는 안개가 가득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덧문을 열면 물기 머금은 세상이 우릴 맞이한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하는 모습이다. 안개가 저 언덕에서 조용히 찾아와 깊게 퍼지는 아침이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봄은 항상 이렇다. 내릴 둥 말 둥 한 비...... '4월에는 비가 적게 내리지만 1년 버티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라는 발렌시아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듯이, 이 4월의 비는 자라나는 식물에게는 생명의 비다. 물기 머금고 생명의 씨를 틔우는 식물이 아름답다. 

 

빛이 없으니 좀 어둡지만 포근한 느낌이다. 요즘 민들레 잎을 따다가 샐러드도 해 먹고, 고추장 양념해서 무쳐도 먹는데 잠은 계속 쏟아진다. 민들레 효능 중 하나가 춘곤증 예방이라는데, 난 타고난 잠꾼인지 계속 졸리다. 춘곤증이 맞나 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나...... 민들레 잎이 요즘 아주 연해서 맛있다. 계속 따 먹어야겠다. 

 

부활절 방학이 끝난 아이들은 또다시 춘곤증 물리치며 등교했다. 바다 학교 캠프장에서 아침 8시에 일어나, 저녁 11시까지 프로그램 참가하다 집에 오니 잠이 막 쏟아진다는 아이들...... 조금 쉬고 나니 다시 학교 간다니 좀 힘든가 보다. 그래도 학교 갔다 오니 영화 한 편 보고 자자는 아이들... 그 심리를 잘 모르겠다. 피곤하면 얼른 자야지, 왜 밤마다 영화 보자고 할까.....  

 

호두나무에 잎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호두나무는 서양 버찌 나무(체리나무) 보다 한참이나 늦게 잎을 틔운다. 올해는 호두가 달릴지 모르겠다. 이 4월의 물 실컷 머금고 올해도 열매가 맺히기를 기대해본다. 

 

스페인 고산 평야에는 밀과 보리 싹이 오르고 있다. 푸릇푸릇 물 머금은 대지가 참 아름답다. 안개가 얇게 끼어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내 책 표지 사진 배경인데 올해는 좀 달라 보일까?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찍어 변화하는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 <)

 

드디어 붓꽃도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산드라를 낳고 2-3개월 후 정신 차리고 바라본 바깥세상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이 이 붓꽃이다. 햇빛 향해 팔랑이던 작은 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난 붓꽃이 개화하면 항상 3개월 아기 산드라와 그 아기를 바라보던 내 마음이 생각난다. 작은 아기를 안고 있던 초보 엄마의 그 연약하던 마음...... 

 

쪽파의 꽃봉오리도 올랐다!!! 양 떼가 와 잡수셨는데 아랑곳 않고 예쁜 꽃대를 올렸다. 뭐, 나도 가끔 잘라먹는데, 양 떼라고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연보랏빛 꽃이 예쁘다. 

 

다육 씨의 꽃도 폈다. 

 

양 떼가 가장 열심히 먹는 다육이인데 올해는 잘 피해 갔다. 예쁜 꽃 피우며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다. 

 

스페인 고산에서 들깨라니!!! 올해는 깻잎을 먹을 수 있을까? 정말 조심히, 아기 다루듯이 키우고 있는 들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 미리미리 모종을 키워 심어봤다. 발아온도가 낮은 노지에서는 성공하지 못해 화분에 두고 키워본다. 스페인 고산은 건조하고 온도도 낮아 더 조심해야 한다. 밤에는 플라스틱으로 덮어 보호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플라스틱 위에 서리가 끼어 있어 깜짝 놀랐다) 

 

작은 깻잎이 까꿍~ 하고 반긴다. 제발~ 잘 자라 주라! 올해는 깻잎 장아찌 해 먹고, 깻잎쌈 해 먹고 싶으이~~~ 

 

혹시 죽을 수도 있을까 봐 화분에 씨를 많이 심었다. 조금 더 크면 분리해서 옮겨 심어야지~

 

혹시 노지에서도 잘 자랄까 싶어 텃밭 한 귀퉁이와 화단 한 귀퉁이에도 모종을 옮겨 심었다. 마른 가지로 위를 덮어주니 서리의 피해는 없는 듯했다. 부디 잘~ 자라 주라~~~

 

이 참에 빨강무도 심었다. 이 안개 비 머금고 제발 잘 자라 주라~~~ 18일 만에 수확한다는 빵강무인데 자주 심어 자주 수확해 김치라도 만들어 먹을 참이다. 스페인 고산에서는 5,6월에 가장 병충해 없이 잘 자라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 게다가 부추 씨도 뿌렸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아무튼 텃밭에 씨를 요리조리 잘 뿌려놨는데 고양이가 화장실로만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에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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