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기적이 만든 먹거리, 우리 집 '청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6. 3. 8. 20:48
반응형

지중해 연안, 우리 산들랜드에는 드디어 암탉이 알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사정이 조금 있습니다.
작년에 근처 농업학교 프로젝트로 키우던 닭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우리 집 닭장에는 암탉 한 마리와 수탉 한 마리, 단 두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편이 닭장에서 일을 하다가 문을 잠깐 열어 둔 사이, 수탉이 탈출하고 만 것이지요.

우리 집 반려견 블랑키의 도움까지 받아 수탉의 행방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아쉽게도 그 탈출을 끝으로 수탉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닭장에는 암탉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혼자 남아 있는 모습이 어찌나 처량해 보이던지요.

저는 근처에서 닭을 몇 마리 더 사자고 남편에게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산똘님은 시장에서 파는 닭은 대부분 날개를 자르고 부리까지 손질되어 있어 우리가 키우기에는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부리가 잘린 닭은 먹이를 제대로 쪼지 못해 채소도 잘게 썰어 줘야 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면서요.

그렇게 고민하던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혼자 남은 암탉이 어느 순간부터 쪼그리고 앉아 알을 품기 시작한 것입니다.

“와, 이건 기적이다!”

남편은 비스타베야에 계신 빅토르 선생님께서 주신 달걀을 얻어와 암탉의 품에 넣어 주었습니다. 우리 암탉이 아주 작은 종이라 딱 여덟 개까지만 품을 수 있더라고요.

뜨거운 여름 내내 알을 품는 암탉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요.
삼 주 동안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조용히 혼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모든 것이 녹아버릴 것 같은 지중해의 여름 더위 속에서 혹시 암탉이 지쳐 쓰러진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암탉의 품속에서 아주 작은 삐약삐약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그 경쾌한 소리가 제게는 정말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긴 시간을 혼자 견디며 알을 품고 있었던 암탉이 얼마나 대견스럽던지요.
“정말 고생했다.”
저도 모르게 그런 위로의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일곱 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고, 닭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병아리들이 이제 여덟 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 전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알을 낳아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초란이라 그런지 아주 작은 알도 나오더군요.

봄이 되자 암탉들이 하나둘 알을 낳기 시작했고, 요즘은 하루에 두세 개씩 달걀이 생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특별한 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껍질 색이 어딘가 달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달걀이 아니라, 민트빛이 도는 푸른색 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닭이 낳은 알이라 그런가 , 아님 뭐가 묻어 그런가... 싶어 겉을 닦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색은 그대로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청란이라는 달걀이라고 하더라고요. 
청계닭 계통의 닭이 낳는 달걀로, 껍질 자체가 푸른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달걀은 흰색이나 갈색 껍질이 대부분인데, 청란은 껍질 속까지 은은하게 푸른 기운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껍질 색이 다른 이유는 닭의 품종 때문인데, 남미 계통의 닭에서 시작된 유전적 특징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흥미로운 점은 영양입니다.
일반 달걀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함량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고, 콜레스테롤은 상대적으로 낮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청란을 따로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더군요. 청란은 일반란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사실 제게는 그런 영양 정보보다도, 그 알의 색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지중해의 햇살 아래서 자란 우리 닭들이 낳은 알.
그것도 혼자 남아 있던 작은 암탉이 품어 키운 병아리들이 이제는 어엿하게 자라 낳기 시작한 첫 알이니까요.

우리에게 온 닭들이 사실은 엄청난 녀석들이란 걸 알았습니다. 

푸른빛 달걀을 손에 올려놓고 있자니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세상에, 우리 닭장에서 이런 색의 알도 나오다니......!

살다 보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 찾아오기도 하나 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소소한 우리 [산들랜드] 이야기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