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오르가닉 집

[스페인 올리브 농장] 이사한 새집에서 새 텃밭 만들기

산들무지개 2023. 10. 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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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해발 1,200m의 고산에 살다 남편 발령 때문에 지중해 연안 시골의 농장으로 이사 왔습니다. 이사할 때 여러 장소를 물색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어요. 수영장과 근사한 정원, 집성촌처럼 붙은 별장은 많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자급자족 방식의 생활 터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편 직장과 좀 떨어진 곳에 친구 가족의 오래된 농장이 매물로 나왔어요! 20년 전에 별장으로 쓰던 친구네 농장이었는데, 땅도 있고, 집도 넓고... 우리 5인 가족이 살기에는 딱 좋은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더 생각하지 않고 바로 이 집이다, 싶었습니다. 남편은 30분 정도 걸리는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은 10분 거리의 학교에 가고...! 근처 대학교도 20분 거리에 있고... 차가 없으면 안 되지만, 차로 이동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의 집이었어요. 교통편도 좋고, 병원과 학교도 가깝고... 남편이 조금 일찍 집을 나서야 하지만, 고산 생활에 비해 더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 새집은 우리 부부가 2008년에 처음으로 방문한 곳입니다. 그당시 친구 동생이 살고 있었는데, 정말 큰 인상을 받았어요. 평화롭고 너른 대지에 뭐든 가능성이 보이던 곳! 이곳에서 산드라가 태어나기 전, 베이비 샤워 파티도 했지요. 새 생명의 축복 장소라고만 생각한 이곳에 우리가 이사 오게 되다니...! 역시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봐요. 그 후 친구 동생은 도시로 이사했고, 친구 어머님은 남편과 사별하신 후, 여러 집을 처분하고 계셨어요. 친구네가 상당한 부자라 집이 여러 채가 있었어요. 그중 하나를 처분하신다면서 내놓은 매물이 바로 이곳!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이 집을 사게 됐습니다. 우리 가족을 매우 아끼시는 친구 어머니도 이 소식을 듣고 아주 좋아하셨어요.
 
2023년 올 8월! 드디어 본격적으로 새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 2달 넘기면서 살고 있는데......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2달 정도 되니, 모든 게 손에 익고, 익숙하게 되면서 점점 내 집이라는 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스위치도 자연스럽게 찾아지고, 문 여는 방식도, 낯설던 올리브나무도... 모든 게 익숙하게 일상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낯선 환경이 우리에게 일상으로 익숙해지는 듯했어요.
 
그래서 올 가을, 우리 식탁에 오를 자급자족 채소를 재배하기 위해 텃밭도 새로 개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날씨는 그야말로 온화하고 따뜻해서 채소 2모작도 가능하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 보려고요. 한국 날씨로 설명하자면, 발렌시아 지방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마치 한국의 봄, 여름, 봄, 가을과 늦가을 분위기입니다. 지금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텃밭을 미리 일궈놓으면 내년에 재배하기에 좀 수월하지 않나 싶습니다. ^^
 

텃밭은 올리브나무가 가득한 농장 곳곳이 후보지였어요. 땅도 넓고 뭐든 잘될 것 같은 옥토로 보였어요. 하지만, 그늘에 가리거나 나무 사이에 심으면 좀 자라기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싶어, 원조 텃밭이었다는 곳에 다시 땅을 뒤집었습니다. 친구 가족이 사용하던 텃밭은 감자를 심었던 곳이었다고 해요. 감자밭이 꽤 커서......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1/3 정도만 밭을 만들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은 돌집 뒤에 텃밭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 돌집은 로그하우스(나무집)를 짓기 전에 사용하던 옛 원조 농막이었다고 합니다. 돌집이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안쪽에는 타일과 빗물을 받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조도 있었습니다. 옛 방식 그대로 만들어진 작은 농가라고 보시면 되겠어요. 
저 집의 벽을 중심으로 텃밭을 만들고, 울타리를 치기로 했어요. 올리브농장에 토끼가 많아 울타리를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대신 땅을 깊숙이 파서 땅속에도 울타리 일부가 들어가게 할 생각이지요. 그래서 토끼가 땅굴 파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예정입니다. 
 

텃밭을 트랙터로 갈기 전, 주위 나무의 잔가지 등을 가지치기를 해줬습니다. 워낙 20년 동안 방치된 농장이라 곳곳에 불쑥날쑥 나무와 덤불이 자라고 있었어요. 
 

집 앞에 좀 큰 캐럽나무도 수북하게 땅을 덮고 있어서 이곳도 깨끗하게 가지치기해줬습니다. 가지치기하고 나니, 훤하게 보이는 야외 테이블~!!!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너무 예뻐서...! 테이블 위 옛날 타일이 붙어 있었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나중에 좀 정돈되고 정리되면 여기 테이블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신났습니다. 
 

덤불 때문에 열매 맺혀 떨어진 캐럽콩도 줍지 못했는데 드디어 두 자루 채워넣었습니다. 이 캐럽콩은 근처 조합에 팔면 솔솔한 용돈이 됩니다. ^^ 그래서 아이들이 보통 캐럽콩 줍는 일을 하지요. 캐럽콩은 초콜릿 대용으로 먹는데, 가공해서 가루를 내 시중에 판매된다고 해요. 또한, 화장품 재료가 돼서 수출도 잘 된다고 합니다. 

 

집앞 캐럽나무에서 캐럽콩 줍고 있는 아이들

어쨌거나 이날은 텃밭 개간이라 처음 사용하는 트랙터로 남편이 드릉드릉 흙을 뒤집었습니다. 이 트랙터도 친구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거랍니다. 이곳에서 농장 운영할 때 사용하던 물건이라 이곳에 있어야 한다며 그냥 주셨습니다. 딸과 사위도 있는데, 선뜻 우리에게 선물로 주실 정도면... 정말 큰 애착을 가지던 곳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산똘님은 처음 사용하는 트랙터로 조심조심 운행하며 밭을 뒤집었어요. 

 

그렇게 밭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드디어 텃밭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날은 땅만 뒤집고, 다음에는 철망 울타리를 치고, 겨울에도 나는 작물의 씨를 뿌릴 예정이랍니다. 처음이라 어떨지 모르겠는데 점점 익숙해지겠지요. 익숙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도 자주 농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익혀야겠습니다. 

 

겨울에 나는 작물... 어떤 걸 심을까? 시금치? 당근? 근대? 무? 케일? 

 

요즘 이런 고민도 참 즐겁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는 설렘이랄까... 아주 좋습니다. 천천히 그 이야기도 블로그에 글과 사진으로 올려볼 참이랍니다. 그동안 이사하고 정착하면서 너무 바빠 블로그에 소식 못 드려 정말 죄송하고요, 앞으로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서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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