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어쩌다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스페인 음식, 정작 스페인인은 잘 몰라~

산들무지개 2022. 5. 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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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스페인의 산들무지개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지금 한국의 초봄처럼 포근하고 화창합니다. 아직 차가운 기운은 있지만, 식물이 성장하기에는 영향이 미미하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운이 느껴지는 아주 맑고 좋은 날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 텃밭의 대파도 쑥쑥 자라며 제법 먹음직스러운 크기의 자태를 자랑합니다. 심지어 겨울을 잘 견딘 큰 녀석들은 꽃대를 쭈욱 뻗고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있어요. 이 대파~! 송송 썰어서 달걀말이라도 하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오늘은 대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스페인에서 대파 구하기 참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면 한국인들은 대부분 그 사실이 믿기 어려운지... "말도 안 돼! 스페인에서 칼솟이라는 대파구이라는 요리가 얼마나 유명한데 어떻게 대파라는 재료가 없을 수 있어요?" 그럽니다. 한국의 방송에서 스페인 칼솟타다(칼솟대파구이)가 전국적으로 방영되면서 아주 유명해졌다지요. 게다가 유명한 세프가 대파구이와 로메스코 소스를 선보이면서 많은 분들이 "우와~! 스페인 정말 한국하고 비슷한 음식 취향이 있구나!" 하시더라고요.

 

스페인의 칼솟타다(칼솟구이라는 뜻)를 로메스코 소스에 찍어먹는 사람들


그런데 여러분, 이거 아세요?

정작 한국 방송에서 이 칼솟 대파구이를 소개하면서 놓친 것 하나가 있다는 것!!!

왜 방송에서는 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한국인이 오해하는 대파구이! 스페인 사람들이 진짜 대파구이를 대부분 해 먹는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진실은 스페인 사람들은 이 대파라는 재료를 일생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앗! 그런데 어떻게 대파구이가 존재할 수 있는가요?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드릴게요.

제가 텃밭에 대파를 심기 시작한 이유도 파나 대파를 시장이나 마트에서 당최 구하기가 어려워 직접 기른 거였어요. 그래서 생전 페페 아저씨가 보유하고 있던 삼동파를 하나 얻어와 키우기 시작했답니다. 꽃대에서 꽃이 나는 게 아니라 작은 양파 같은 파가 나는 대파라 번식력도 아주 좋은 파입니다. 정말 신기한 식물이라고 희귀 식물로 다루는 스페인 지인에게 하나 얻어왔는데 지금은 엄청난 대파 부자가 됐습니다.

 

요즘 풍년인 제 텃밭의 대파입니다.

 

스페인인은 잘 모르는 스페인 이 음식, 한국인은 거의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 🧐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스페인에서 칼솟(Calçot, 칼솟 대파) 혹은 칼솟타다(카탈루냐어로 calçotades, 대파구이)는 이름만 봐도 조금 알 수 있는 게 이 음식은 스페인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은 아니고요, 카탈루냐 지역에서 즐기는 특식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에서도 한 지역에서 주로 나오는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칼솟은 대파의 일종으로 스페인 타라고나 지방에서 한 농부가 19세기 말에 발견(?)한 음식 재료입니다. 이 칼솟 대파를 먹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어요. 지금은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유명 레스토랑에서 칼솟타다를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스페인 현지인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파는 아니랍니다. 그래서 스페인 전역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음식 재료이기도 하지요.

이 칼솟대파구이는 아주 간단한 음식입니다. 칼솟을 잘 구워 탄 부분의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로마네스크 소스에 묻혀 먹는 게 다입니다. 칼솟으로 다른 요리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은 저는 칼솟 대파를 한번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 대파로 파전도 해 먹고, 달걀말이도, 국이랑 찌개에도 넣어 먹었지요.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구워만 먹지 다른 식으로 요리를 하지는 않더라고요.)

 

요즘 밭에서 수확한 우리 집 대파~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포인트는 스페인에서는 대파가 일반적이지 않고 특정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이며, 일 년 내내 먹는 음식이 아닌 특식으로 취급한다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파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서 스페인에서도 그런 줄 아세요. 하지만 노! 노! 노! 절대 아닙니다. 카탈루냐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일생에 한 번도 대파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발렌시아 출신인 남편, 산똘님이 하는 말이, 자신은 오히려 한국에 스페인의 대파구이가 알려진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하네요.

 

"어떻게 한국인이 스페인 사람보다
더 스페인 요리에 대해 알고 있어?!!!
아마 발렌시아 전체의 80%는
이 칼솟 대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을거야!"

 

 

그렇습니다. 스페인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요리이지요. 특히 시골이나 내륙 지방으로 들어가면 더 모르는 재료이고 음식이지요.

카탈루냐 음식이라고 해서 카탈루냐 사람들도 매일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이 대파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구워먹기는 더더욱...
카탈루냐 사람들도 제철에 대파가 나면 바베큐와 함께 구워 먹는 일이 일반적이지요. 원래는 대파가 메인이 아니라 고기(롱가니자, 초리소 등의 소시지와 고기)가 메인이었고, 그 고기를 구울 때 함께 구운 게 이 칼솟타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파는 제철에 딱 몇 번만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이제 좀 이해가 되시는가요?

그렇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파 대용으로 어떤 재료를 쓰나요? 하고 물어오신 분들도 꽤 계신데요, 파 대용으로 쓰는 재료는 바로 푸에로(puerro, 영어로 리크)라는 아주 단단하고 굵은 파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단단하고 거칠해서 맛도 그럴 것 같은데 의외로 부드러운 맛에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또 양파가 되기 전 좀 더 연한 양파를 파 대용으로 먹습니다. 잎이 살아있는 푸른 양파는 샐러드에 넣어서 먹습니다. 그리고 양파! 양파도 있지요. 파 대용으로 쓰는 재료는 이렇습니다.

 

푸른 잎이 아직 있는 어린 양파
(좌) 칼솟 파 (우) 푸에로(리크)

스페인 사람들은 주로 푸에로와 양파를 먹습니다.

 

푸에로(리크)

 

자, 그럼 여기서 다시 정리하자면

1. 한국에서 나간 방송 때문에 스페인에서 대파구이가 꽤 유명한 것 같지만, 실상은 스페인 전 국민이 다 아는 요리가 아니었다는 사실.
2. 한국에서 나간 방송 때문에 스페인에서 대파를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카탈루냐를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그 존재 자체를 볼 수 없다는 사실.
3. 카탈루냐 지방에서도 대파는 제철에 나는 재료로 제철 특별식에 해당, 평소에 대파를 매일매일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
4. 스페인의 대파 역사는 19세기 말에 시작해 그렇게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유명 레스토랑이나 좀 관광객이 있는 도시에서 특별식으로 선보이고 있는 정도.
5. 대파 대용으로 사용하는 재료(양파, 푸에로 등)가 부족하지 않아 스페인 사람들은 대파를 사용할 생각을 아예 못한다는 사실...
6. 한국에서 나간 방송 때문에 스페인에서 대파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는 한국인께 이 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사실...

자, 그러면 어느 정도 스페인에서 대파 위치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시겠지요?

저도 이렇게 후련하게~ 여러분께 알려드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어쩌다가 스페인 대파구이가 한국에서 너무 유명해졌는데, 정작 스페인 현지인들은 한국인이 자기들보다 더 스페인 음식에 대해 안다고 충격을 먹었다는 사실도 알려드리며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안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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