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외국인 남편이 한국 조카에게 다가가는 법

산들무지개 2017. 10.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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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직도 명절 기운으로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계시는가요? 저도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 사실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 좀 외롭긴 하답니다. 마치 동굴 속에 인내하는 곰처럼 언제 빵끗하고 인사하러 오실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하지만, 많은 분이 이미 찾아와주시고 안부를 물어봐 주셔서 저는 아주 괜찮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도~ 식구들하고 여행하기로 했답니다.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가을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 즈음, 저는 이미 가을을 만끽하고 있을 겁니다. (이 글은 예약 글이란 것은 안 비밀~!) 

그런데 '명절' 하니까 역시나 가족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실, 우리가 이번 해 아주 짧게 한국에 다녀올 때도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가끔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한국 가족이 진짜로 자신을 가족으로 여겨줬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서 가족이지만, 어쩐지 좀 멀리하는 그런 경향이 있기도 하더라고요. 실제로 한국인과 결혼해 사는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 가족은 자신을 가족의 범위에 잘 넣어주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오호~ 이 말은 아직도 우리는 피부색 다르고, 언어 다른 그런 사람을 어려워한다는 이야기이겠죠?  

사실, 스페인에 살면서 본 이 사람들의 가족의 범위는 상당히 가까운 느낌이 났답니다. 어떤 스페인 친구는 이런 말을 서슴지 않았어요. 

"우리 가족에 한국 조카가 있어." 

어? 조카?! 알고 보니 자신의 조카가 한국인과 결혼했는데 그 결혼한 한국인도 조카라고 말하더라고요. 조카 아내가 아닌 그냥 조카라고 말입니다. 뉘앙스가 조금 달랐지 아마도 다 같은 맘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어쩐지 스페인어로 듣는 이 호칭은 더 가깝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었답니다. 

아무튼, 그래서 산똘님은 우리의 한국 조카와 가깝게 지내기 위해 한 방법은 이랬답니다. 

어느 날, 조카가 친구들하고 극장에 간다고 차로 바래라 주러 갔습니다. 우리 부부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조카가 제 언니에게 그럽니다. 

"엄마~! 용돈 좀 줘! 극장에서 친구들하고 뭐라도 사 먹게."

그런데 언니가 돈을 꺼내기도 전에 산똘님이 제 옆구리를 꾹 누릅니다. 

"뭐해? 빨리 용돈 안 주고......!"

 

아니, 남편이 한국말을 알아 들을 리가 없는 데에도 저한테 이렇게 쿡 누르면서 조카에게 용돈을 주라고 난리이네요. 와~ 저도 깜짝 놀라서 서둘러 조카에게 돈을 쑤셔 넣어줬습니다. 

당신, 정말 눈치 하나는 대단하다!!!  

"조카야! 사실 그 돈 스페인 이모부가 너한테 준 돈이란다~!" 

그러다 스페인으로 가져올 선물 및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현금지급기를 보게 되었답니다. 산똘님이 제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그럽니다. 

"저기, 현금 지급기 있네~! 우리 돈 좀 찾자. 다 현금 5만 원으로 찾아보자."

"왜? 카드도 있는데 무슨 현금을?"

그러자 산똘님은 제게 이런 말을 하네요. 

"아니, 당신은 그것도 몰라? 우리 조카가 도대체 몇 명이야? 7명이잖아?! 조카들한테 용돈 좀 주고 가자고......!" 

하하하! 금발의 이 외국인이 정말 모양만 외국인이지 완전 한국인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도 외국 생활 오래 해서 저도 까먹은 한국인 정서를 이 사람이 방출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남편! 대단하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조카들에게 용돈 세례를 하고 출국하게 되었지요. 

그게 다~ 한국 조카에게 다가가기 위한 남편의 방법이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기분이 참 좋았나 봅니다. 사실, 우리 스페인에 놀러 온 조카 데리고 다니는 일도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지요. 

아무튼, 외국인이라 돈이 오 가지 않을 것도 같은데 어찌 스페인은 조금 다른가 봅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가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게 정말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정말 돈을 나누어 가지라는 말에 가위로 뚝딱 잘라 나누어 가졌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여러분, 즐거운 날들 되세요. 화이팅~! 저는 많은 이야기보따리 또 준비해서 올게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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