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여성의 날'은 없어져야 한다는 남편

산들무지개 2017. 3. 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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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었죠? 

어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엄마, 축하해~! 오늘은 여성의 날이야."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 네 모녀는 "그래, 다 함께 축하하자~!"하면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우리 세 딸을 안으며 그러더군요. 

"여성의 날이 없어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

남편이 세 딸을 안으면서 축하해주는 줄 알았는데, 남편은 씁쓸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세 딸이 묻습니다. 

"너희들이 컸을 때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해서 이렇게 일부러 날 잡아 축하하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일까요? 아빠는 우리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했네요. 물론, 이런 날이 있어 여성의 인권이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우리 자신의 인식도 많이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문뜩 떠오르는 일화 하나가 있네요. 

한 한국 친구가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나는 내 아내가 나 좋아하는 양념 좀 우리 어머니한테 배웠으면 좋겠어."

모든 남성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시각이 있습니다. 나는 배우지 않지만, 아내가 좀 배워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러자 산똘님은 그럽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네가 직접 배우지 왜 아내에게?"

물론 친구는 아내가 시어머니와 친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생각해 보니, 친구 아내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일 텐데, 자기 좋아하는 요리해주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여자들도 가끔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이 양념 배우고 싶어한다면 왜 며느리는 안 배우냐~ 하고 따질 게 뻔합니다) 어머니도 여자이지만, 아들이 직접 음식 배우는 것은 싫어할 겁니다. 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의식을 변화할 수 없어 그러실 수도 있지만, 요즘 여성들도 그렇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머니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가끔 우리는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며 다른 이에게 어머니가 되어주는 존재는 참 좋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만 가끔 옆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가끔 많은 여성들이 그럽니다. "사랑하는 남편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데 남편들도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까요? 서로가 그런 마음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땐 어쩐지 남자를 위해 우리 여성 스스로가 속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편도 아내에게 어머니가 되어줄 수는 없는지......

뭐 완전한 남녀평등은 있을 수가 없죠. 우리는 어차피 다른 성을 가진 존재들이니까요. 단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답니다. 여성들은 남이 보는 시선에 민감하고, 예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사랑스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함정에 빠집니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과 성품으로 살아가는 바, 다 똑같을 수 없는데 항상 남에게 보여질 것에 더 걱정을 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한 번 해봤습니다. 

이 짧은 포스팅에 많은 이야기를 쏟아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의 날을 계기로 우리 딸들의 미래도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세 딸이 커서 온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하면서 인정을 제대로 받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을 보니, 그 눈에서 느껴지는 지금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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