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나를 뜨악하게 했던 스페인의 쌀 씻는 법

산들무지개 2016. 11. 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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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요리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5학년이었는데요, 학교 가사실에서 밥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쌀은 절대로 박박 문질러서 씻으면 안 된다. 영양가 많은 쌀눈이 다 떨어져 나가면 좋지 않아. 적어도 세 번만 손으로 훨훨 부드럽게 씻어줘!" 하시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어린 나이에 왜 쌀을 그렇게 씻으면 안 되는지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지요. 

 

시간이 또 쌀 씻던 그 순간처럼 휘리릭 흘러 어느새 엄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쌀 씻는 문화와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쌀 씻는 것은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어떤 이유로 이렇게 시작했을까, 궁금했던 겁니다. 그런데 문헌에 이런 사소한 것들은 역사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이 쌀 씻는 문화는 종이에 기록되지 않은 것 같답니다. 



저는 인도 여행을 하면서 다양하게 쌀로 밥 짓는 모양도 봤답니다. 인도에서는 인도식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요, 밥은 지어서 후 불었을 때 날아가는 쌀을 최고로 치더라고요.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찰진 음식을 먹는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한 때 자취하던 저에게는 가격이 저렴한 쌀이 아주 맛있고 좋았답니다. ^.^


또, 인도에서 체코 친구가 어느 날 자신이 밥을 짓겠다고 하더니 끓는 물에 쌀을 넣고 끓이더라고요. 어느 정도 쌀이 익었다 싶으니 이 체코 친구는 끓는 물을 쭈르룩 따라내더라고요. 오! 신기하다?! 물을 꼭 맞추지 않아도 밥이 되는구나! 그냥 뜨거운 물을 따라내는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었죠. 물론, 찰지지 않은 맛에 곤욕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세계 어디를 가나 이 밥 하나는 맛없어도 아주 잘 먹은 사람이 바로 접니다. ^.^ 


태국 밥, 인도 밥, 네팔 밥, 티베트 누룩, 등등.... 


그러니 당연히 스페인에 와서도 스페인 밥 요리는 엄청나게 잘 먹었습니다. 


스페인 밥 요리는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는데 한국인 입맛에는 너무 친근하여 참 맛있습니다. 이 요리들을 배우기도 전에 저는 어느 날, 독한 감기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시댁에 방문한 때였는데요,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스페인식 영양 죽을 만들어주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부엌에서 어찌 만드시나 구경을 좀 했답니다. 


각종 채소와 닭고기로 우려낸 육수를 끓이시더니 이제 쌀을 집어넣으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 봉지 쌀을 뜯어 그냥 끓는 육수에 집어넣으시는 거예요. 


'아니! 어머님! 쌀을 씻지는 않으세요?' 


말이 목까지 차오르다가 감기도 걸렸고, 말할 기운도 없고 그저 놀라기만 했었지요. 

쌀을 씻지도 않고 슈퍼에서 사온 그대로 봉지를 뜯어 넣으시다니?!!! 


그러다 시간이 지나 대만 친구와 초대되어간 스페인 교수님 댁에서 파에야 요리를 먹게 되었습니다. 남자 교수님께서 아주 맛있게 철판에 고기와 채소 등을 볶다 육수를 집어넣고 끓이십니다. 이제 쌀을 집어넣으면 된다는 거예요. 


설마?! 아아아악!

속에서 경악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우리 시어머님이 하신 행동을 똑같이 하시는 거예요. 

봉지 쌀을 뜯어 씻지도 않고 바로 끓는 파에야 육수 물에 쌀을 넣는 것이에요! 

"어머나! 교수님! 쌀을 씻지 않으세요?" 저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죠. 

'남자 교수님이시라 쌀 씻는 법을 모르시나 봐!' 이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옆에 있던 대만 친구도 저 모습을 보고 놀랐는지, 

"아이쿠! 세상에! 쌀을 씻지 않으세요?" 하고 저와 같은 반응을 했답니다. 

 

교수님 말씀,


"아니, 왜 쌀을 씻어야 하지? 

현미나 껍질을 벗기지 않은 쌀은 꼭 씻어야만 하지만 

흰 쌀은 씻을 필요가 없어~! 그래야 더 맛있지!" 하시는 겁니다. 

오히려 쌀을 씻으면 영양분도 사라져가고, 물렁물렁, 끈적끈적한 그 느낌이 없어 

입에서 부드럽지 않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 스페인은 한국과 다르구나!!!



한마디로, 스페인의 쌀 씻는 법은 '쌀 씻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쌀을 씻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놀라셨나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쌀을 씻지 않고 바로 요리에 응용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흰쌀을 씻지 않고 밥을 짓더라고요. 오히려 쌀을 씻어야 하는 것에 관해 토론할 정도라니까요. 또한, 스페인의 쌀 회사에서도 쌀은 절대로 씻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이니 정말 저에게는 신기했을 따름이랍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뭐, 이런 원인이 뭐가 있겠어요? 

다 문화와 생활 풍속의 차이가 아닐까요? 



예전에 아랍인이 이베리아 반도에 왔을 때 대부분 이민자가 남정네들이었다고 합니다. 쌀은 이 아라비안과 함께 이곳에 들어오게 되고 벼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게 되지요. 


사막을 건너오면서 쌀을 과연 씻었을까요? 사막에서는 그릇도 모래로 씻던데, 그 당시 이동하면서 굳이 밥을 해 먹지는 않았더라도 물 귀한 사막에서 한 번이라도 해 먹었을 때에는 아마도 쌀을 씻지 않고 해 먹었으리라 추측이 갑니다. 


또한, 크리스천이 정복할 무렵에는 이 아라비안 이교도들을 폭력으로 다 몰아, 반도에서 없애려고 하지요. 이 쌀도 이교도의 생산품이라 하여 재배 금지령이 내리기도 했답니다. 한두 세기 금지되다 다시 벼가 재배되고 쌀이 나기 시작하면서 요리법도 대를 끊겼다가 이어졌겠지요? ^.^ 그럼 쌀 씻는 법도? 생뚱한 산들무지개의 추측입니다. 


아니면, 쌀 회사에서 아주 위생적으로 포장하여 그럴까요? 


아니면, 그저 순전히 내려오는 전통적 생활 습관이기 때문일까요? 


여기서 한층 더 그럴듯한 이론을 더하면, 제 블로그 독자님 KOOO님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리법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스페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밥 요리가 존재합니다. 대부분 요리는 향신료 및 채소, 육류 등의 다른 재료와 함께 섞어 요리니다. 맨밥으로만 먹을 수 없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스페인은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의 밥 요리가 만들어지지요. 반면, 한국에서는 쌀겨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잘 씻고 반찬을 곁들여서 밥을 먹습니다. 스페인은 쌀을 씻지 않아도 향신료 첨가 조리법에 의해 쌀겨 냄새는 지워지고, 쌀겨 특유의 구수한 맛이 향신료와 어울려 독특한 밥맛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밥을 지을 때 쌀이 더러워서 씻는 게 아니라, 이런 쌀겨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이죠. 실제로 쌀뜨물은 찌개나 국물 요리의 육수로 쓰이는 걸 봐서 알 수 있을 겁니다. 


* 관련 글 *

2016/10/24 - [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인기 없는 흰밥, 그럼 어떤 요리를?


▲ 스페인의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밥 요리.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그냥 먹어도 되는 요리 특성을 볼 수 있습니다.



어때요? 정말 이 이론이 타당성 있어 보이지요? 이렇게 가끔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우리의 지적 호기심은 소통으로 채워지면서 논문을 써도 될 듯한 이론이 등장하면서 희열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의견 내주시는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스페인의 특이한, 쌀 씻지 않고 밥을 하는 문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뭐, 요즘엔 한국에서도 쌀 세척하여 나온 상품 덕분에 쌀을 씻지 않고 밥을 짓는 경우도 있다지만, 문화의 차이를 설명드리기 위해 이런 글을 써봅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날 되세요! 

쌀을 씻지 않고 밥을 짓는 스페인 문화가 재미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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