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유대인 마을의 흔적과 서민 정서가 넘쳐나는 스페인 마을

산들무지개 2015. 12. 1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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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매력적인 역사 도시 안에는 무슬림, 유대, 로마 카톨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코르도바, 그라나다, 카세레스 등 중세에도 큰 도시였던 곳에는 이 세 문화가 평화를 이루며 살던 시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답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들른 곳은 스페인 내륙의 에르바스(Hervás)라는 유대 마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장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건축물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되어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마치, 인도의 다람살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다른 세계 같기도 했습니다. 골목골목의 풍경에 취하여, 지금은 사라진 유대인들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을 방황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어느 누군가가 그 마을을 점령하여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오롯이 유대인의 "삶의 터"였다니...... 


그 마을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마을은 암브로즈(Ambroz) 계곡에 있어 그런지 풍경이 아주 색달랐습니다. 제가 보던 스페인은 마르고 약간 건조한 느낌이 나는 풍경이었는데, 이곳 풍경은 한국의 가을을 보는 듯했습니다. 체리 나무와 참나무가 아직도 노랗고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어 지금 겨울인지, 가을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습니다. 


 

밤나무, 체리나무, 참나무 등의 나무가 울창한 에르바스 풍경입니다. 이 에르바스는 특별하게도 유대인이 머문 거주 구역이 있었는데요, 그 이름은 후데리아(Juderia)입니다. 



우리는 에르바스의 후데리아라는 곳을 여행 오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플라센시아 현지에 계신 루나님 덕분에 이 멋진 곳을 알게 되었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한 건축 양식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좁고 작은 골목을 돌고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옛 역사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유대인들은 1492년 카톨릭 왕들의 억압을 받으면서 그 고장을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일 돌아올 줄 알고, 집 현관 열쇠까지 챙겨갔다고 하는데...... 그 후로 돌아오지 않고 이렇게 역사의 뒤 칸으로 물러나고 말았지요. 



골목을 걷다 발견되는 소소한 화분과 장식이 참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그런 이국적 풍경으로 말입니다. 



2013년에는 렙솔 가이드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의 최종후보로 뽑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렙솔 가이드는 미슐랭 가이드와 비슷하답니다. 



우리는 후데리아의 성당을 다녀오며 천천히 골목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골목길에 위의 사진처럼 집이 떡하니 서 있네요. 아주 신기했답니다. 가끔 스페인 중세 마을에서도 이렇게 골목길 위에 집이 있는 경우를 봤는데 여기서도 이런 모습을 보니 그 시대는 아주 당연한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나무 서까래가 시대를 보여줍니다. 



골목을 도니 점점 스페인식 현대 건축물이 사라져버리고 점점 눈에 띄는 건축 양식이 들어왔습니다. 



유대인 지역의 표시인 별 모양이 골목 이름으로 적혀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물든 공중전화부스가 이곳에서는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공중전화 박스 안에 여러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처음 위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나~! 한복 같아~!!!" 


옆에 계시던 루나님이 그러시네요. 

"여기가 은근히 한국 같은 느낌이 나요. 졸졸 흐르는 계곡 물과 산, 저는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이곳에 와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공중전화부스에 전시된 사진 하나하나를 훑고 이제 다른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다비드(다윗)의 별~!



옛 건축물인 듯, 신기하게도 나무, 진흙, 사암 등으로 만들어진 집이 보였습니다. 



유대인들이 살았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상징물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저 별 모양의 암석 문미도 오랜 시절 꿋꿋이 이렇게 버티고 있었네요.  



독특하게도 위의 사진은 기와입니다. 그런데 위의 기와들은 지붕에 얹혀진 것이 아니랍니다. 어디에 얹혀있을까요? 



짐작하셨듯이 바로 벽을 타고 이렇게 기와가 붙여져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이곳은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빗물이 벽 틈새를 타고 파고들지 않도록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방향의 한쪽 벽에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신기한 유대인 마을 상징물과 집을 구경하다 우리는 계곡에 있는 산책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듯한 느낌이 났습니다. 우와~ 제가 다람살라에서나 본 풍경인데요? 마치 그곳의 날씨와 건물이 이곳으로 순간 이동하여 온 느낌이 났습니다. 이렇게 비슷할 수도 있구나...... 



이곳에 살던 유대인들은 로마 카톨릭을 피하여 포르투칼로 피난을 많이 갔다고 합니다.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들은 인퀴지션(Inquisition,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피하고자 크리스천으로 많이 개종하여 특수 전문직 종사자로 살았다고 합니다. 무두질 수선공, 재봉업자, 리넨 제조자, 공증인, 사채업자 등으로 말입니다. 



스페인에서는 보통 벽돌을 쌓아 건물을 올리는데, 이곳에서는 신기하게도 일종의 진흙으로 쌓아올린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내륙에 이런 풍경이 여전히 남아있다고들 하네요. 



사암으로 쌓아올린 돌담의 돌계단입니다. 아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곳에서 한참을 놀았네요. 



사이좋게 다섯 아이들이 좋아라, 앉아서 사진을 찰칵~! 찍습니다. 



로마식 다리를 건너 반대편에서 보는 풍경입니다. 



위의 집은 기와가 아닌 밤나무로 비를 피하는 겉 벽을 만들었네요. 아마 예전부터 밤나무가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골목 골목 서민 정서가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잘 가꾸어진 화분이 방문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습니다. 



우리는 좁은 골목을 지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아 삼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로컬 바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타베르나 라 카예 히야(Taberna la Calle Jilla), 말 그대로 선술집이라는데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주인장께 아이들이 있다고 말을 하니, 아이들을 위한 테이블을 어느덧 맞춰주셨습니다.선술집이라도 점심에는 가벼운 식사 거리도 제공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래, 일단 들어가보자~!  



아주 좁고 작은 가정과 같은 공간이면서도 선술집만의 그런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피타라 (Pitarra) 한 잔을 시켰습니다. 발렌시아에서만 살아봐서 이런 피타라가 무엇인지 몰랐답니다. 


피타라는 와인인데, 특이하게도 옹기와 비슷한 큰 도자기 항아리에 발효한 엑스트레마두라식 와인이라고 합니다. 맛이 달달하면서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킨 것도 없는데, 주인장께서 이런 안주 파타를 내어오십니다. 

"헉?! 우리 안 시켰잖아요?"

"하하하~! 여기는 아직도 공짜 파타 문화가 남아있어서 술 한 잔 시키면 공짜로 타파가 나와요~!" 

같이 동행하신 루나님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카세레스 지방 대부분이 와인이나 맥주를 시키면 준비된 타파(안주)를 공짜로 준다고 하네요. 우와~! 그래서 이곳에서는 술만 마시며 점심을 때우는 분들이 꽤 된다고 하시네요. 



선술집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이 서민 정서 가득한 타베르나에서의 와인 한 잔~! 



엑스트레마두라의 하몬 요리




아이들도 조용히 앉아 열심히 먹습니다. ^^* 

다행이다, 입맛이 맞아서......


집에서 만들어 나온 음식처럼 맛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에르바스의 역사와 풍경을 이야기하다 마지막 추피토(Chupito)를 마십니다. 후식용의 달달한 술인데 주인장께서 공짜로 초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잔은 단번에 마시기기에 너무 큰 잔 아닌가요?  



그런데 이렇게 작은 잔이었습니다. 무알코올이라 그저 달달한 것이 맛있기만 했습니다. 



이제 거리를 벗어나 현실로 돌아올 시점입니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이곳이 관광지라는 사실을 알려줄 상점들이 즐비하게 눈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동행한 한국 친구는 하몬 다리를 보더니 스페인의 대표 최고 품질의 하몬 베요따를 구경하러 가자고 조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엑스트레마두라의 초원에서 자유롭게 사는 까만 흑돼지, 최고 품질의 하몬 염장 판매소를 가게 되었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일단은 에르바스와 아디오스를 할 차례~!


 

큰 밤나무가 여전히 노란 잎으로 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는 카세레스의 에르바스~! 


물이 풍족한 이곳 풍경 때문일까요? 이곳의 이름도 에르바스(Hervás), 뜻은 풀 혹은 약초 등의 식물입니다. 그래서 어쩐지 더 기억에 많이 남을 장소가 되었습니다. 


보석을 찾은 듯, 소중한 여행 장소 하나를 발견하여 저는 여행 내내 은은한 이 감상에 젖어 있었답니다. 


2차 세계 대전으로 하여 다른 유럽 지역에서는 유대인 거리 및 지역이 고스란히 사라져버렸는데,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유대인 마을이 형태를 유지하면서 보수, 보전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오셔서 구경해보세요. 아주 큰 인상으로 남을 것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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